문열고 엿듣기(네모와 동그라미의 이야기)
문열고 엿듣기(네모와 동그라미의 이야기)
선환두 (Sun Hwan Du)
우리는 생활하면서 수없이 문(門)을 열고 닫는다. 문을 연다는 것은 인간의 탄생이고, 문틈으로 엿듣는다는 것은 알고자 하는 욕망이요, 또 문의 닫음은 치열했던 삶의 마침이다.
전통 한옥의 문살을 창작활동의 소재로 처음 활용한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이다. 막연하게 전통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외고집을 피운 것은 아니지만, 쉽게 싫증이 나지도 않았다. 세월을 품은 소나무의 고풍스러운 향기와 세월이 지나도 쫀득쫀듯한 한지의 탄력성을 내 가난한 표현력이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조바심을 느끼는 것조차 행복했다. 나름대로 문짝을 가지고 작업하다보면 만은 추억이 나의 마음을 즐겁게 했기 때문이다. 문살 하나하나에 생겨나는 구멍구멍들을 볼 때면 내 지나온 세월이 보낸 만남과 상처의 흔적이 세상에 아름답게 새겨지는 듯 하였다.
늘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세월 속에서 느끼는 삶의 수많은 감정들이다. 이 문 너머에는 행상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어느 아낙의 흔들리는 호롱불이 타고 있을 것 같고, 화로에 고구마를 익혀 주시던 할머니의 구수한 향기가 문틈으로 새어 나올 것도 같았다. 문살을 작업할 때면 그 감정의 상상들이 은근슬쩍 채색되었다. 문은 그렇게 그리움을 저 너머에 두고 내 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