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전시명NEOArt 53인 개관 초대전 N1관 (Apr 11 - Aug 15, 2023)
- 크기150X150cm
- 제작년도2022
발아래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 홈 아틀리에서 오늘도 나는 작업실에 박혀있다. 적막이 나를 다스릴때면 나는 모처럼 사색에 잠겨 홀로 나만이 갖는 이 유일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 나는 이곳에 웅지를 틀었다.
나느 요즘 거의 정물화에 매달려 있다. 정물화는 영어로 'Still Life'이다. 'Still'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는 '침묵'의 의미로 풀이된다. 즉,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둔다는 의미를 둘 수 있는데, 그 빠르게 흐르는 속에 내맡겨진 삶의 한 순간을 정지시키려 한다. 대신 그대로 재현하거나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라, 실은 그 나름대로의 시간의 흐름을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물화 소재 중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물들을 선호한다. 물론 조선백자 및 토기 같은 옛 그릇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의 글라스, 술병, 꽃병과 같은 평범한 모티브들이 내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 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설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때론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유도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모티브를 화폭 안에 이끌어 내기도 한다. 커다란 궤짝 위에 계란, 파이프, 어울리지 않는 긴 막대기를 화폭에 담는다. 이러한 대상들은 섬세함과 빛의 반사효과 등으로 각각의 만남과 조화를 이룬다. 정물에서 자주 등장되는 유리잔, 도기, 청동 차 주전자, 주철 냄비,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기존재를 부각 시킬 때면 마치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하듯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극적 순간들을 포착 한다.
많은 사물들을 의도적으로 화폭 중심에 몰아놓고 그 군집이 빚어내는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의 아름다움과 상대적으로 사물 주위의 비어 있는 많은 공간, 동양의 사유의 공간 개념을 마치 우리나라 이조 백자나 동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백처럼 현대적 감각을 동양적 시각으로 즐기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극사실주의 화풍 가운데에서 인물화나 풍경화가 아닌 정물화를 주로 많이 가까이 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나타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골동품 가게를 비롯 소재들을 찾아 거리여기저기를 배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