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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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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열 작가/ Utopia-A companion 상세 내용

왕열 작가/ Utopia-A companion
두 번의 붓질, 한 편의 시
왕열 작품으로 '동행'을 사유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언제부터인가 붉은색에 매료된 나의 사무실은 붉은 캐비닛과 냉장고를 비롯한 여러 소품들로 채워져있다. 오늘 에너지 넘치는 왕열작가의 붉은 소품 한 점을 사무실 벽면에 설치했다. 그리고 문득 질문하게 된다.

작품은 강렬한 붉은색을 품은 작은 섀도우 박스 안에서 두 마리의 흰기러기가 유유히 날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해서 벽에 걸린 작품 사진을 작가에게 카톡으로 보내자, 유쾌한 답이 돌아왔다. “와-쓰시, 곽때기에 그린 Acompany 명작이 걸려 있네.” 소탈한 표현의 답변에서 나는 확신했다. 명작은 재료나 크기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예술가의 혼과 철학으로 완성된다.

명작은 어디에서 탄생했는가? 어쩌면 그것은 선물 받은 포장 박스 뚜껑 위에, 작가가 단 두 번의 붓질로 완성한 바로 이 그림일 것이다. 문득 얼마 전 장부남 작가께서 하신 말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품은 시처럼 그리는 것이야,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야"

내가 왕열 작가의 작품 세계에 깊이 매료된 이유는 바로 ‘자연의 이치’를 시각화하는 그의 동양적 사유 때문이다. 그는 여백(餘白)의 미, 선(線)의 기운, 그리고 단번에 정수를 꿰뚫는 일필(一筆)의 정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박스 뚜껑 위 두 번의 붓질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상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표현해 그 핵심과 생명력을 응축시키는 작가만의 ‘시적인 요약’이었다.

이러한 ‘시적인 요약’의 미학은 내 공간을 채우는 또 다른 붉은 작품, 장부남 작가의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붉은 배경 위 새와 나무, 자전거가 그려진 그의 작품은 마치 한 편의 동시(童詩)와 같다. 두 작가는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오직 본질의 울림을 전한다는 점에서 깊이 맞닿아 있다.

이러한 철학은 내가 소장한 왕열 작가의 또 다른 200호 대작, ‘Utopia-A companion (5)’에서 더욱 장대하게 펼쳐진다. 박스 뚜껑 속 작품이 순간의 에너지를 담은 강렬한 보석이라면, 이 작품은 나를 압도하는 거대한 우주와 같다. 바로 다음 주, 9월 4일부터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2025 청주국제아트페어’를 통해 내가 아끼는 이 대작이 대중 앞에 서게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공간 위를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들은 이상향을 향한 우리 인간의 여정을 상징하며, 보는 이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나의 컬렉션이 된 두 작품, 작은 박스 뚜껑 위의 ‘Acompany’와 200호 캔버스 위의 ‘A companion’은 그렇게 하나의 주제 아래 깊이 연결된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짝을 지어 날아가는 그의 새들은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왕열 작가는 가장 소박한 재료와 가장 장대한 화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결국 우리의 삶이란 크고 작은 여정 속에서 타인과,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깊은 진리를 보여준다.

나의 사무실에서 시작된 명작의 이야기가 이제 곧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된다. 이 가을, 청주국제아트페어에서 왕열 작가가 펼쳐 보이는 거대한 푸른 유토피아를 마주하며, 우리 삶의 ‘동반자’는 누구인지 함께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