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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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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컨텐츠

최은정 작가/ 푸른 하늘 은하수 상세 내용

최은정 작가/ 푸른 하늘 은하수
어둠 속 피어나는 푸른 하늘 은하수
조각가 최은정의 희망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하늘 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하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잠시 고개를 들면 마주할 수 있는 흰 구름이 피어 있는 푸른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도, 늘 여유 없는 삶의 굴레 속에서 발끝만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현대인의 서글픈 초상이다.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삶의 '여유란 무엇인가?' 다소 철학적인 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려본다. 여유는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시간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로, 아무리 물리적 시간이 많아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조급함에 쫓기기 마련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순리대로 삶을 매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얼마 전 경기도 한 작업실에서 '마음의 여유'를 시각화하는 한 예술가를 만났다. 투명한 레진(PUR, Poly Urethane Reactive)과 아크릴이라는 현대적 재료를 통해 우리 시대의 잃어버린 하늘을 건축하는 조각가 최은정이다.

작가와의 인연은 지난 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조각 페스타'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던 전시장 안에서 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것은 푸른빛을 머금은 채 정물처럼 서 있던 '집' 시리즈였다. 그 청량한 빛은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지친 영혼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심리적 안식처처럼 다가왔다.

나는 조각 페스타 이후 인터넷에 널려 있던 각종 자료와 유튜브 영상 자료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의 만남은 그간의 호기심과 작가에 대한 이해가 실제의 인연으로 완성되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최은정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가장 어두운 단면이었던 '결핍'에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가정 환경으로 작가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반지하에서 생활하며, 창문 너머 위쪽의 푸른 하늘을 갈구하던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하늘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 구름 뒤에서 반드시 나타날 '곧 마주할 빛(희망)' 그 자체였다. 반지하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길어 올린 그 시선이 오늘날 그의 작품 속에서 빛을 뿜어내는 '정서적 등대'로 승화된 것이다.

그의 작품이 지닌 독창적인 투명성은 어린 시절 부친이 일본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품질 아크릴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접하기 힘들었던 LED 조명과 아크릴의 결합, 빛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물질의 내부에 가두고 발산하게 하는 그의 기법은 현대 조각의 물성을 서사적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집'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나지막이 동요 한 구절을 읊조리게 된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작가가 수만 번의 손길로 쌓아 올린 레진의 층위는 밤하늘의 은하수가 되어 흐르고, 그 지붕 위에 살포시 앉은 초승달은 지친 영혼을 싣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하얀 쪽배가 된다. 반지하의 어둠을 견디게 했던 그 시선은 이제 관람객의 마음속에 찬란한 은하수를 수놓는다.

초기 작업이 하늘에 대한 간절한 '갈망'을 상징하는 푸른 톤 위주였다면, 최근의 '노을 시리즈'는 시련을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온 작가의 내적 해방감을 보여주는 따뜻한 위로로 확장되고 있다.

평면 작업 역시 주목할 만하다. 격자형 망을 활용한 부조적 회화는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희망의 지층'을 쌓아 올리는 행위다. 촘촘한 고통의 순간들을 걸러내어 눈부신 빛으로 변환시키는 이 작업은, 대학 시절 무대 미술을 꿈꿨던 작가의 공간적 연출력과 결합하여 관람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작업실을 나서며 다시 하늘을 보았다. 작가의 작품 속에 존재하는 그 희망은 실로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삶 속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그러나 늘 우리 머리 위에 존재하던 빛의 확인이었다. 최은정의 집은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빛을 발산하는 발신지이며, 그의 하늘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마음의 영토'를 되찾아주는 이정표다.

"보일러실 같던 인생이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그의 작품은 오늘날 조급함에 쫓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는 하늘을 담을 '여유'가 있는가? 최은정이 레진으로 빚어낸 따뜻한 온도가, 메마른 현대인의 가슴에 한 줄기 노을빛 위로로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