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해체하고, 시간을 조각하다
문상욱의 ‘혼돈과 반복’
예술은 때로 우연한 마주침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전시된 사진 작품의 강렬한 에너지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회화 작품과 또 다른 울림, 현실의 파편에서 길어 올린 정신성에 대한 체험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얼마나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었다.
2025년 9월 24일, 네오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4인 초대전 '실재와 가상 사이'는 바로 그날의 감동에서 시작된 의미 있는 여정이다.
이 여정의 한 축을 묵직하게 받치는 문상욱 작가, 그의 개인전 ‘혼돈과 반복(Chaos & Fractal)’은 사진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예술의 경계 너머를 탐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문상욱을 ‘사진작가’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은 그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사진을 ‘활용하는’ 현대미술가에 가깝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포착하는 2차원의 결과물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미지를 3차원의 물질로, 나아가 시간의 흐름을 품은 개념적 설치물로 확장시킨다. 사진 평론가 이정희가 “사진이라는 고유한 장르를 해체한다”고 평했듯, 그의 예술은 매체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조하는 동시대 미술의 가장 역동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인 ‘혼돈과 반복’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작가는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은 실상 질서 정연한 체계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복잡하게 얽힌 연줄기의 구체적인 형태를 과감히 생략하고 그 본질적인 선과 리듬만을 추출해 ‘카오스 추상’을 선보인다. 이 행위는 단순히 대상을 추상화하는 것을 넘어, 혼돈의 표면 아래 숨겨진 질서를 드러내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육체의 한계을 통해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본 후, 더욱 깊어진 그가 평생을 통해 탐구해 온 ‘물아일체(物我一體)’, 즉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갈망과 연결된다.
‘반복(프랙털)’의 개념은 그의 손에서 다채롭게 변주된다. 어떤 프랙털은 수학적 알고리즘이 빚어낸 차가운 기하학의 형태로 나타나는가 하면, 또 다른 프랙털은 작고 투명한 잠자리 날개에서 발견된다. 그에게 잠자리 날개는 정교한 프랙털 구조를 통해 ‘부분 속에 전체가 내재하는’ 자연의 자기유사성을 보여주는 소우주다. 평론가의 말처럼, 이 작은 날개깃은 “인간이 가진 욕망과 수많은 질문을 담는 알레고리”이자, 세상 만물이 무한한 관계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화엄의 세계’다.
그의 예술성이 절정에 이르는 지점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혁신적인 태도와 독창적인 제작 방식에 있다. 그는 2019년 ‘카오스와 프랙털’ 연작부터 디지털 사진 파일을 알루미늄이나 철과 같은 단단한 금속판으로 옮겨 3차원의 조각으로 만드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 금속 조각들을 수많은 날 동안 비와 바람, 햇볕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인공의 창작물이 자연의 시간과 만나 서서히 부식되고 변화하는 이 느리고 지난한 과정 자체가 그의 작품이다. 이는 속도와 효율만을 좇는 시대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자, 예술을 통해 결코 오지 않을 세계, 유토피아를 찾아가려는 “저항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문상욱을 단지 스튜디오의 철학자로만 이해한다면, 그것은 그의 절반만을 보는 것이다. 그는 충북예총 회장과 청주문화의집 관장을 역임하고 수많은 국제 교류전을 직접 기획한 예술 행정가이자 큐레이터다. 또한, 대학 강단에 서고 사진 이론서를 집필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 담긴 ‘연결’과 ‘관계’의 철학이 그의 삶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문상욱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넘어, 사진을 ‘사유하고, 만들고, 해체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실재(자연)에서 출발해 가상(디지털, 추상)을 거쳐, 다시 새로운 차원의 실재(물질, 조각)로 귀결된다.
문상욱의 작품은 우리에게 사진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의 ‘혼돈과 반복’ 속에서, 우리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세계의 본질을 성찰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의 예술은 “부서진 것들을 다시 결합시키려는 낭만주의자로서의 꿈”을 저버리지 않는 희망의 날갯짓과 같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문상욱의 ‘혼돈과 반복’
예술은 때로 우연한 마주침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전시된 사진 작품의 강렬한 에너지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회화 작품과 또 다른 울림, 현실의 파편에서 길어 올린 정신성에 대한 체험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얼마나 넓고 깊게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었다.
2025년 9월 24일, 네오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4인 초대전 '실재와 가상 사이'는 바로 그날의 감동에서 시작된 의미 있는 여정이다.
이 여정의 한 축을 묵직하게 받치는 문상욱 작가, 그의 개인전 ‘혼돈과 반복(Chaos & Fractal)’은 사진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예술의 경계 너머를 탐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문상욱을 ‘사진작가’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은 그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사진을 ‘활용하는’ 현대미술가에 가깝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포착하는 2차원의 결과물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미지를 3차원의 물질로, 나아가 시간의 흐름을 품은 개념적 설치물로 확장시킨다. 사진 평론가 이정희가 “사진이라는 고유한 장르를 해체한다”고 평했듯, 그의 예술은 매체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조하는 동시대 미술의 가장 역동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인 ‘혼돈과 반복’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작가는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은 실상 질서 정연한 체계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복잡하게 얽힌 연줄기의 구체적인 형태를 과감히 생략하고 그 본질적인 선과 리듬만을 추출해 ‘카오스 추상’을 선보인다. 이 행위는 단순히 대상을 추상화하는 것을 넘어, 혼돈의 표면 아래 숨겨진 질서를 드러내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육체의 한계을 통해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본 후, 더욱 깊어진 그가 평생을 통해 탐구해 온 ‘물아일체(物我一體)’, 즉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갈망과 연결된다.
‘반복(프랙털)’의 개념은 그의 손에서 다채롭게 변주된다. 어떤 프랙털은 수학적 알고리즘이 빚어낸 차가운 기하학의 형태로 나타나는가 하면, 또 다른 프랙털은 작고 투명한 잠자리 날개에서 발견된다. 그에게 잠자리 날개는 정교한 프랙털 구조를 통해 ‘부분 속에 전체가 내재하는’ 자연의 자기유사성을 보여주는 소우주다. 평론가의 말처럼, 이 작은 날개깃은 “인간이 가진 욕망과 수많은 질문을 담는 알레고리”이자, 세상 만물이 무한한 관계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화엄의 세계’다.
그의 예술성이 절정에 이르는 지점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혁신적인 태도와 독창적인 제작 방식에 있다. 그는 2019년 ‘카오스와 프랙털’ 연작부터 디지털 사진 파일을 알루미늄이나 철과 같은 단단한 금속판으로 옮겨 3차원의 조각으로 만드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 금속 조각들을 수많은 날 동안 비와 바람, 햇볕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인공의 창작물이 자연의 시간과 만나 서서히 부식되고 변화하는 이 느리고 지난한 과정 자체가 그의 작품이다. 이는 속도와 효율만을 좇는 시대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자, 예술을 통해 결코 오지 않을 세계, 유토피아를 찾아가려는 “저항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문상욱을 단지 스튜디오의 철학자로만 이해한다면, 그것은 그의 절반만을 보는 것이다. 그는 충북예총 회장과 청주문화의집 관장을 역임하고 수많은 국제 교류전을 직접 기획한 예술 행정가이자 큐레이터다. 또한, 대학 강단에 서고 사진 이론서를 집필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 담긴 ‘연결’과 ‘관계’의 철학이 그의 삶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문상욱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넘어, 사진을 ‘사유하고, 만들고, 해체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실재(자연)에서 출발해 가상(디지털, 추상)을 거쳐, 다시 새로운 차원의 실재(물질, 조각)로 귀결된다.
문상욱의 작품은 우리에게 사진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의 ‘혼돈과 반복’ 속에서, 우리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세계의 본질을 성찰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의 예술은 “부서진 것들을 다시 결합시키려는 낭만주의자로서의 꿈”을 저버리지 않는 희망의 날갯짓과 같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