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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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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숙 사진작가/ 풍경 정원 상세 내용

홍인숙 사진작가/ 풍경 정원
상처의 덤불에 피워낸 종이꽃
영원의 정원을 가꾸다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숲, 그 사이로 언뜻 보이는 붉은 꽃송이들이 고혹적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하게 되는 풍경. 그러나 홍인숙 작가의 사진 ‘풍경정원’ 앞에서 관객은 이내 익숙했던 감각의 배신을 경험한다. 사진 속 저토록 생생한 꽃들은 실은 흙에 뿌리내린 생명이 아니라,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종이꽃’이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24일 네오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4인 초대전 ‘실재와 가상 사이’에서 만날 홍인숙 작가는 이처럼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소환하는 행위이자, 상처를 보듬는 제의(祭儀)이며, 현대 사회의 자연을 묻는 깊은 성찰이 담긴 다층적 예술 실천의 결과물이다.

작업의 뿌리는 작가의 유년 시절 아픈 기억과 맞닿아 있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뒤, 아버지의 손길로 가꿔졌던 소중한 정원은 이내 황폐해져 버렸다. 이 상실의 경험은 작가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오랫동안 화려한 꽃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그가 색종이를 접어 꽃을 만들고, 인적이 드문 숲속 덤불에 정성껏 설치한 뒤, 마침내 사진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지난한 과정은 황폐해진 아버지의 정원을 복원하고 기억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치유의 행위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자신의 ‘가짜 꽃’을 설치하는 장소 역시 대부분 도시의 인공 정원이라는 사실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이를 두고 도시인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가축화된 자연’이라 평한다. 진짜 자연을 지우고 세운 도시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자연의 부재를 환기시키는 ‘가짜 자연’을 통해 위안 받는다. 홍인숙은 바로 이 ‘가짜 자연’ 위에 ‘가짜 꽃’이라는 또 다른 인공물을 겹쳐 놓는다. 이 이중의 가상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자연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작업이 깊어지면서 그의 세계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보편적 사유로 확장된다. 초기 작업의 붉은 장미는 점차 다채로운 색과 기하학적 형태로 진화하고, 최근에는 가을 단풍잎을 닮은 종이 조형물까지 등장한다. 이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순환, 그 거대한 질서로 작가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듯한 종이꽃을 담은 작품(정원풍경 #36)은, 삭막한 현실과 작가가 창조한 환상의 정원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예술이 줄 수 있는 위안의 의미를 탐색한다.

결론적으로 홍인숙의 ‘풍경 정원’은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힌 평면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염원과 시간이 더해져 비바람에도 시들지 않는 ‘삶의 정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정원을 소유할 수 없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픈 현대인 모두에게 작가는 기꺼이 자신의 ‘상상 속 정원’을 내어준다. 상처의 기억 위에서 피어난 그의 종이꽃은 그래서 진짜 꽃보다 더 절실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