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kip to main content

네오아트센터 / NEO art center

네오아트센터 로고 및 주요링크

본문 영역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컨텐츠

김정연 조각가/ 마음속 푸른빛이 건네는 안부 상세 내용

김정연 조각가/ 마음속 푸른빛이 건네는 안부
3월 11일, 네오아트센터는 개관 3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한 기획전 '삶의 공간에 예술을 더하다'의 막을 올린다. 18명의 작가들이 다채로운 조형 언어를 펼쳐내는 가운데, 제3전시실에 고요히 자리 잡은 조각가 김정연의 작품 4점은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들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예고한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흙과 브론즈를 어루만져온 김정연의 예술적 궤적은 일상의 공간과 기억을 탐구하는 치열한 과정이었다. 초기 '부드러운 집(Soft Home)' 시리즈에서 시작된 그의 사유는 점차 불필요한 풍경을 걷어내고,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응시하는 현대적 아이콘인 '어린 왕자'로 정제되었다.

그의 조각 속 소년은 화려한 서구의 이상향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동양적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차갑고 단단한 브론즈 위로 입혀진 비현실적인 청록색(Patina)은 거친 현실 속에서도 결코 바래지 않는 희망의 생명력을 뿜어낸다. 소년의 머리 위에 얹힌 작은 왕관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세파에 찌들어도 잃지 말아야 할 순수성의 결정체이자 '인간 존엄'의 표상이다.

작품이 놓이는 방식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삶의 공간'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투박한 나무 탁자 끝에 걸터앉아 허공을 응시하거나, 작은 새와 무언의 시선을 나누는 소년의 모습은 고립이 아닌 세상과의 부드러운 교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이 거창한 좌대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숨 쉬고 머무는 일상의 곁으로 스며들어 따스한 풍경의 일부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안녕, 너 괜찮니? 잘 지내고 있니? 너는 소중한 존재야." 작가가 빚어낸 푸른 소년은 현대사회의 불안 속을 살아가는 관람객을 향해 나직한 안부를 건넨다. 모성의 관점에서 생애 전체를 관조하는 '마망의 시간(Maman’s Time)'으로 작업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김정연은, 이 소음의 시대를 견뎌내는 우리에게 기꺼이 '부드러운 집' 한 칸을 내어준다.​

예술이 세상을 향해 발언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때로는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다가오는 봄, 네오아트센터에서 김정연의 푸른 소년과 눈을 맞추며 잊고 지냈던 내 안의 '가장 투명한 진심'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