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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작가/ 숨 쉬는 시간의 이면을 비추다. 상세 내용

이선희 작가/ 숨 쉬는 시간의 이면을 비추다.
이선희작가는 유리의 물성과 빛의 대화 등 '시간을 품은 채 영속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네오아트센터 2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선희작가 초대전은 단순한 물질의 변용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그의 손에서 유리는 뜨거운 열기와 중력에 순응하며 흐르다가도 어느 순간 섬광처럼 응축되어 영원의 한 조각을 품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천착해 온 '유연함의 영속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유리라는 매체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을 여는지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선희에게 유리는 "시간의 흐름, 기억의 흔적, 형태의 변이를 시각화하는 재료"다. 작가 노트에서 밝히듯, 그는 "투명하고 섬세한 유리를 열과 중력을 통해 흐르게 하고, 그 움직임과 빛의 굴절을 통해 유리의 이면을 ‘보게 하는 것’에 대한 고정된 형상으로 응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이면을 보게 한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뒷면을 넘어, 물질 속에 잠재된 이야기, 빛과 그림자가 직조하는 미묘한 감각, 그리고 멈춘 듯 보이지만 여전히 숨 쉬고 흐르는 시간의 결을 의미하고 있다.

마치 투명한 유리블록 속에 영원처럼 갇힌 채 빛나는 크고 작은 공기 방울들처럼, 작가는 유리가 가장 뜨겁게 숨 쉬던 순간의 기억, 그 찰나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포착하여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다. 이 공기 방울들은 단순한 기포가 아니라, 유리가 겪어낸 드라마틱한 과정의 증인이자, 고정된 형태 속에 살아 숨 쉬는 시간의 표상이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다채로운 유리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열에 의해 부드럽게 휘어지고 늘어진 곡면은 그 유동성의 흔적을 담고 있다. 열이 강도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서로에게 스며들어, 유리는 가장 유연했던 순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응축한다. 또한 깊고 푸른 색감과 함께 유리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으며 만들어낸 우아한 푸른 물결의 곡선은 마치 잔잔한 심연의 물결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포착된 유연함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벽에 설치된 작품은 유리와 벽 사이의 공간, 그리고 유리를 투과하고 반사하며 벽면에 그려지는 '난반사된 빛의 형상'은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공간의 이면, 빛의 이면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그것은 고정된 조각이 아니라 환경과 교감하며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설치 작품으로 표현될 수 있다.

입으로 불어 유기적인 형태를 빚어내는 블로잉 기법과, 아직 뜨거운 유리를 숯으로 눌러 독특한 표정을 부여한 속이 빈 오브제들 역시 '유연함'이 응축된 순간을 보여준다. 숯의 거친 입자가 유리의 뜨거운 표면에 새긴 흔적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매끈한 외피 속 거친 내면이라는 또 다른 '이면'을 암시한다.

소금이 깔린 금속 프레임 위에 놓여 꽃과 같은 자연물을 담아낼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구조로 제시된 이 조형물들은, 순수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유리가 지닌 조형적 가능성을 확장하며 현대미술의 담론에 동참한다. 또한 날렵한 금속 프레임 안에 유려한 물결무늬를 지닌 청록색 판유리를 결합한 작업이나, 맑은 유리 돔 안에 금빛 레이스처럼 섬세한 표현으로 작업된 원형 작품은 이선희의 기술적 정교함과 미학적 탐구가 한층 깊어졌음을 시사한다.

특히,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의 반사면을 적극 활용하여 작품의 이미지를 무한히 확장시키거나, 벽면과의 빛의 대화를 유도하여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등, 설치 작업 형태로 전시된 작품들은 그 자체로 주변 환경과 관계 맺으며 '시간을 품은 채 영속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이선희의 유리는 단순히 아름다운 오브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작가의 섬세한 손길과 예리한 사유를 통해 '유연함'이라는 본질이 어떻게 시간과 공간 속에서 숨 쉬고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조형적 매개체다.

우리는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유리 속에 흐르는 뜨거운 시간의 강물과, 그 투명한 깊이 너머 존재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네오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그의 개인전은 유리라는 물질을 넘어 감각과 시간, 그리고 삶의 태도로 확장되는 '유연함의 영속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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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Lee Sun-hee) / 유리조형 작가

1992.0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금속공예과 졸업
1992.08 Zelezny Brod Glass School (체코) 수료

개인전
2025.05.14 ~ 2025.06.15 이선희 초대전 '유연함의 영속성' (네오아트센터 제2전시관, 청주)
2006 제1회 개인전 'GLASS+器' (COEX 태평양홀, 서울)

주요 단체전
2021~2024 충북 중부 미술교류전 (진천판화미술관, 음성문화예술회관)
2021 진천공공미술 프로젝트 (진천역사테마공원)
2021 충북공예페어 충북미술협회 특별부서 전 (청주문화제조창)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