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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건 작가/ 금속으로 표현된 생명의 숨결 상세 내용

심병건 작가/ 금속으로 표현된 생명의 숨결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틸이 거대한 프레스 아래서 작가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생명의 형태로 재탄생한다. 조각가 심병건은 ‘프레스 드로잉(Pressed Drawing)’이라는 독창적 기법으로, 단단한 금속판 위에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주름’을 새겨 넣는다. 이 주름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작가가 포착한 삶의 순간과 우주적 사유, 그리고 뜨거운 감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그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전시 '유연함의 영속성'이 현재 네오아트센터에서 오는 6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금속이 지닌 차가움과 주름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굴곡 사이의 낯설고도 친근한 이중적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실은 마치 거대한 금속 제조 공장이자 연금술사의 공간을 방불케 한다. 100톤에 달하는 육중한 프레스는 작가의 섬세한 조율과 오랜 고뇌를 거쳐, 마치 거대한 붓처럼 금속판에 연출된 우연으로 생동하는 주름과 접힘을 힘차게 새긴다.

작가는 이 주름을 통해 재료가 지닌 "차갑고 딱딱한 느낌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굴곡에 이르기까지, 낯설고도 친근한 이중의 감성을 준다"고 그 매력을 설명한다. 이 최초의 주름은 작가의 직관과 재료의 물성이 만나는 첫 번째 접점이다.

그러나 프레스를 통해 얻어진 거친 주름은 시작에 불과하다. 작가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이 주름들은 작가의 치열한 고뇌와 지난한 노동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 거칠게 변형된 금속 표면은 수없이 반복되는 연마 과정을 거친다. 마치 수행자처럼, 그는 지루하리만치 고된, 끝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금속의 물성을 다스리고, 그 위에 자신의 감성과 철학을 투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거칠었던 주름의 표면은 점차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거울처럼 주변의 빛과 풍경을 반사하며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그의 투박하고 거친 손은 그 모든 인고의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하며, 작품에 진정성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심병건 작업의 정수는 이 ‘주름’ 그 자체에 담겨 있다. 그는 라이프니츠의 ‘접힘과 펼침의 무한 연속’이라는 생명의 원리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작가에게 이 주름은 존재가 살아낸 시간, 기억, 그리고 무수한 가능성이 ‘접혀’ 응축된 공간이다. 미술평론가 서길헌이 언급했듯, 이 주름은 평면이 결코 담지 못할 다층적인 풍경과 무수한 공간, 그리고 기억을 품는 깊이 있는 저장소와 같다.

작가에게 주름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생성과 소멸,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장(場)이다. 그는 이 주름을 “뇌의 주름 같기도 하고, 하드디스크의 저장 공간 혹은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주름의 공간에 저장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다움의 정신이다”라고 말한다. 개인의 경험을 넘어 우리 민족이 공유해 온 역사적 체험, 그리고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져 온 삶의 에너지와 정서, 때로는 한(恨)으로 응축되었다가 다시 역동적인 힘으로 승화되는 그 복합적인 감정까지도, 그의 작품 속 빛나는 주름을 통해 조형 언어로 담아내려는 것이다.

“어떤 형태나 내용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치 드로잉을 하듯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펼쳐놓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놀라운 예술적 자유를 보여준다. 프레스의 압력은 연필의 필압처럼 섬세하게 조절되어 금속판 위에 다채로운 표정과 이야기를 새긴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그의 손에서 때론 사유를 기록하는 원고지가 되고, 때론 미묘한 화음을 내는 악보가 되며, 때론 타악기의 공명처럼 울림을 전하기도 한다. 이 ‘금속 드로잉’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넘어, 전시 공간의 빛, 그리고 관람객의 시선과 만나 매 순간 새롭게 ‘펼쳐지며’ 완성되는 교향곡과 같다. 작품 표면의 복잡하고 빛나는 굴곡은 빛의 조건과 보는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드러내며 감상자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고정된 감상을 넘어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특징이며, 작가가 창조한 형태와 물성은 관람객 각자의 경험과 시선에 따라 다층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심병건 작가는 이러한 역동적인 반사상을 통해 “과거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작품이 관람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그 의미를 확장해감을 시사한다.

작가에게 작품 창작은 “하나의 세계 창조”이며, 그 안에 깃든 예술 정신은 “정적인 것이 아닌 동적인 것”으로, 마치 파장이 변환하듯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시시각각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의 과거로 각인되고 있는 지금 현재를 기억하자”는 그의 ‘카르페디엠(Carpe Diem)’ 정신은, 그의 예술이 궁극적으로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영원을 꿈꾸는 생명의 찬가임을 보여준다.​

​현대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설화수 광고 및 다수의 인기 드라마(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KBS '신사와 아가씨', SBS '7인의 탈출' 등)를 통해 그 독특한 미감을 선보이며 대중과의 교감 또한 넓혀가고 있다.

심병건은 이처럼 단단한 금속에서 가장 유연하고도 강인한 생명의 리듬, 즉 빛나는 ‘주름’의 미학을 길어 올리며, 우리에게 삶의 굴곡과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사유하게 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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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건 (SHIM BYUNG GU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과 석사 졸업
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

주요 전시 경력
개인전 13회 외 다수의 단체전 등
23년 : 국제조각페스타(코엑스) 외 2회
22년 : KIAF 아트페어 외 다수
21~2024년 : 한강조각프로젝트

수상 경력
제1회 포스코스틸아트 공모전 우수상 외 다수

현재 활동
홍익조각회 회원, 한국현대조각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