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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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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선 교수/ 회화의 고백, 물질에 새기고 시간으로 빚어낸 언어 상세 내용

최인선 교수/ 회화의 고백, 물질에 새기고 시간으로 빚어낸 언어
思考의 조각, 時間의 지층

최근 춘천의 깊은 산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멎은 지 오래된 한 폐교에 다녀왔다. 왕복 7시간의 여정 끝에 마주한 그곳은, 한 예술가의 치열한 숨결로 가득 찬 거대한 창작의 용광로였다. 교실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히 들어찬 1,000여 점의 대작들은, 70년대 단색화의 정신을 계승하여 90년대 ‘물성주의의 시대’를 연 그의 예술적 여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오는 6월 18일 네오아트센터 3, 4관에서 열릴 최인선 작가의 초대전 '회화의 고백'은, 바로 이 고독하고도 치열한 탐구의 결과물들을 세상에 내어놓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90년대 미니멀한 바탕에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던 작품들의 맥을 이어, 새롭게 구축한 모노크롬 추상 회화가 중심이 된다. 이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현재적 선언이다.

최인선 작가에게 ‘고백’이란, 기존의 모든 관념과 습관을 내려놓는 진솔한 태도와 같다. 작가는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회화에 대한 사고와 습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작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스스로를 비워냄으로써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회화의 세계, 그 가능성을 탐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표작 '절대 빛'은 작가의 언어가 어떻게 '읽기'를 넘어 '사유'의 차원으로 이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필자의 만남에서 “작품 속 텍스트는 '읽기 위한 언어가 아닌, 느끼고 사유하기 위한 언어'”라고 단언했다.

이는 회화가 “무언가 서술하거나 기술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언어를 올려놓을 뿐이다”라는 그의 지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이 텍스트는 '사랑, 희락, 화평' 등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뜻하는 단어들로, 서사적 기능을 거부한 채 화면 위에 정신적 닻을 내린다. 텍스트는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장(場)이자 질감으로 존재하며, 관람객이 읽기를 멈추는 순간 비로소 작품이 뿜어내는 정신적 진동을 느끼며 깊은 사유의 세계로 진입하도록 이끈다.

전시의 주축을 이루는 '흰' 연작은 물질과 정신의 변증법이 펼쳐지는 주된 무대다. 이 흰 화면은 작가의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이라는 인간 정신의 모든 기제가 하나의 화면에 응축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두텁게 쌓인 물감의 층위는 회화의 명백한 ‘물질성(物質性)’을 드러내지만, 그의 흰색은 단순한 물성에 머물지 않는다.

일찍이 평론가 김복영이 그의 작업을 두고 "작가의 '마음(정신)'의 무게를 더해 전혀 다른 새로운 물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듯, 그의 흰색은 ‘차가운 정신’과 ‘이지적인 광채’를 획득한다. 이 독특한 깊이감의 비밀은 최근 작업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는 오래전 작품 위에 새로운 감각을 덧입혀 재탄생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시간 자체를 작업의 재료로 끌어들이는 독창적인 방법론이다. 깊이 숙성된 과거의 물성과 신선한 현재의 에너지가 한 화면에서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긴장과 조화는, 그의 ‘사고 조각’이 시간의 층위 위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흑과 백의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워진 통로'와 '양의'는 이러한 탐구가 다다른 상징적 결론과도 같다.

이는 ‘사건으로서의 회화’ 개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관념이 아닌, 시간과 육체의 한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수행(Performance)의 기록이다. 작가는 때로 “생마포에 3시간 542초 동안, 캔버스와 신체의 이격이 90센티가 되는 지점에서 롤러로” 작업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이처럼 엄격한 행위를 통해 생각의 궤적이 다 지워지고, 순수한 조형적 사건만이 화면에 남는다. '세워진 통로'의 경계에서 터져 나오는 작은 색면은 바로 그 사건의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한 것이며, 특히 '양의'에서는 흑과 백의 원이 겹쳐지는 부분에 'YOUR'라는 단어의 파편을 새겨 넣어, 이 철학적 사유의 장에 관람객을 직접적으로 초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화의 고백'전은 “생각이 예술이고 회화가 몸체가 되어 버린” 한 작가의 현재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회화 탐구는 궁극적으로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고와 통찰"을 의미하며, 그의 회화적 언어는 최종적으로 존재의 본질과 의미, 세계와 존재의 관계를 유심히 바라보게 하여 관람객의 내면을 응시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네오아트센터에서 펼쳐질 그의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의 존재와 사유를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의 시간이 될 것이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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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요]
전 시 명 : 최인선 초대전 '회화의 고백'
작 가 : 최인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
기 간 : 2025년 6월 18일(수) – 2025년 7월 13일(일)
장 소 : 네오아트센터 (충북 청주시) 제3, 4전시관
주요작품 : '절대 빛', '흰' 연작 등 대형 추상 회화

[작가 프로필]
최인선 (Choi In Sun, b.1964)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2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1996년 한국일보 청년작가 초대전 대상,
2002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장관상),
2003년 하종현 미술상, 2005년 제1회 세오 중진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국내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