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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복 작가/ '사람 냄새' 나는 순수한 그림을 찾아서 상세 내용

박영복 작가/ '사람 냄새' 나는 순수한 그림을 찾아서
박영복의 '일상 일기'
'사람 냄새' 나는 순수한 그림을 찾아서

작년 3월, 무계획으로 출발한 솔로 캠핑 여행 중 아직 눈이 녹지 않은 평창의 깊은 산골, 그곳에서 만난 작가의 작업실은 차갑고 낯선 풍경 속에서도 더없이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의 즉흥적인 여정은 평창에 주말주택을 둔 김종수 작가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새로운 방향을 잡았다. 그의 초대로 찾아간 평창은 그저 공기 맑은 고장이 아니었다. 평온 AI 박물관에서 열린 '평창 6인 초대전'에서 김종수 작가의 '도시 소나무'가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료의 질감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듯,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작가의 작품과 마주했다. 잊지 못할 강렬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 작품이 바로 박영복 작가의 작품이었다.

​점심 식사 후, 김종수 작가의 주선으로 박영복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눈 쌓인 산길을 오프로드 차량으로 올라 도착한 그곳에는 인상 좋으신 작가 내외분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대화 속에서 박영복 작가가 건넨 한마디는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나는 산뜻하고 매끄럽게 그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못 그려도 사람 냄새가 나는 그림, 때묻지 않고 순수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참 어렵네요. 나는 언제나 똑같은 수준이나 방법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또는 느리게, 빠르게, 하는 식으로 늘 감정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우연의 효과나 기술적 기대에 자신을 의지하면 조형적 의지가 소멸되기 때문이지요."

이 한 문장이야말로 박영복 화백의 작품 철학 전부를 응축하고 있었다. 그는 '기교를 넘어선 진정성'을 추구한다. 표면적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움이나 세련된 기법을 넘어, 인간의 체온과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그림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두터운 마티에르(질감)와 거침없는 붓질, 그리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투박하게 느껴지는 표현 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매끄럽지 않음'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울림과 생동감, 그리고 진솔한 감정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확고한 의지인 셈이다.

또한 그는 '때묻지 않고 순수한 그림'을 갈망한다고 고백한다. 이는 세상의 오염과 인위적인 꾸밈에 물들지 않은 자연 본연의 모습, 그리고 인간 내면에 자리한 동심과 같은 순수성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열망이다. 하지만 이를 '참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순수성을 기교나 형식에 갇히지 않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깊은 성찰과 고뇌를 요하는 작업인지를 자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와 자연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의미하며, 외적 현상보다는 내적 가치를 중시하는 그의 예술 철학의 근간이 된다.

더 나아가 "나는 언제나 똑같은 수준이나 방법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늘 감정에 충실하려고 합니다."라는 부분은 그의 작업이 단순히 기술적 반복이나 특정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을 넘어섬을 역설한다. 그는 고정된 매너리즘에 갇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며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작업함을 보여준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또는 느리게, 빠르게"라는 표현은 형식과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내면의 감성적 흐름에 따라 붓을 움직이는 그의 자유롭고도 역동적인 창작 태도를 시사한다.

이는 외부의 우연이나 기술적 기교에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며, 오직 작가 자신의 확고한 '조형적 의지'와 '예술혼'이 작품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예술가적 신념을 드러낸다.​
이러한 깊이 있는 철학은 박영복 작가의 대표 연작인 '일상 일기'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특히 '일상 심신도(心視圖)'라는 그의 독창적인 개념은, 풍경을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고(視) 그림(圖)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로, 작가의 내면이 풍경에 투영되어 재창조됨을 의미한다. 이는 그가 단순한 풍경화가가 아닌, '감정의 풍경화가'임을 분명히 한다.

그의 작품 속 평창의 낮고 평온한 자연의 모습과 정겨운 마을 풍경은 박영복 화백의 따뜻한 감성으로 걸러져 우리에게 다가온다. '평창의 달' 연작에서는 밤하늘을 수놓은 달빛 아래 펼쳐지는 몽환적인 전경, 달 위에 앉아있는 인물들을 통해 현실을 초월한 꿈과 상상, 그리고 인간 본연의 동심과 사랑을 은유한다. 또한 '아람 치골의 사계' 연작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섭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소박한 삶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모든 순간이 소중한 '일상 일기'의 한 페이지가 된다. 이처럼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관람자에게 깊은 공감과 위안을 선사하는 '마음의 풍경'인 셈이다.

필자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 작가의 감성과 철학이 묻어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박영복 작가와 만남은 바로 그러한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경험이었다. 산골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의 그림들은 '매끄럽지 않음'이 주는 진솔함으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작가의 감성과 삶에 대한 따뜻한 '사람 냄새'를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다.

오는 7월 16일부터 8월 17일까지 네오아트센터 3, 4관에서 박영복 작가의 초대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화를 넘어, 작가 박영복의 깊은 성찰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녹아든 '일상 일기'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이 선사하는 '사람 냄새나는 순수함'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삶의 본질적 가치와 내면의 평화를 경험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