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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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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케이이치 작가/ 결림과의 만남 상세 내용

이케가미 케이이치 작가/ 결림과의 만남
보이지 않는 '응어리'를 만지다
신체적 감각을 영적 예술로 승화…

우리의 몸속, 만져지지만 보이지 않는 '뭉침'이나 '결림'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가 남긴 이 묵직한 감각을 통해 존재의 근원과 만나는 길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여기, 그 불가능해 보이는 여정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 온 예술가가 있다. 일본 작가 이케가미 케이이치(池上恵一, 48)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의 긴장을 손으로 느끼고, 그것을 그림과 조각으로 ‘번역’해내는 독특한 예술 세계를 펼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조형 활동을 넘어, 한 인간의 몸을 통해 우주를 탐색하고 창작 행위를 통해 기도를 올리는 숭고한 구도의 여정이다.

이케가미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코리(凝り)’라는 개념이다. 우리말로는 ‘응어리’ 혹은 ‘결림’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코리는 제거해야 할 통증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음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죽은 몸에는 코리가 없습니다. 중력을 받고, 숨을 쉬고, 시간을 견뎌온 몸에만 생기는 자연스러운 흔적이죠.” 작가의 말처럼 코리는 한 생명체가 겪어온 역사의 기록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리를 ‘강력한 생명력이 얽혀있는 에너지의 응축물’로 정의한다. 한 사람의 기억, 감정, 경험이 압축된 하나의 소우주라는 것이다.

이 독특한 사유의 뿌리는 병약했던 그의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잦은 병치레로 자신의 몸을 깊이 들여다봐야 했던 소년은, 동양 철학가였던 아버지의 가르침과 ‘예술은 폭발이다’를 외친 오카모토 타로의 예술관 속에서 성장했다. 타인의 몸을 마사지하며 사람마다 코리의 형태와 깊이, 압력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이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잣대’를 찾게 되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촉각의 연금술’에 가깝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몸을 지압하며 손끝으로 느낀 3차원의 입체적 감각을, 2차원 평면 위로 고스란히 ‘전사(転写)’한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끝의 감각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번역해낸다.

그렇게 탄생한 '기도의 윤곽 - 검정' 연작 속 밀도 높은 검은 형상은 코리가 지닌 압력과 무게를 시각화한 것이다. 반면, 나란히 걸린 '기도의 윤곽 - 흰빛' 연작은 코리가 해소된 후의 순수한 에너지, 혹은 육체를 초월한 영적인 잔상을 보여준다. 어둡고 무거운 육체의 형상에서 눈부신 무지갯빛 광선이 터져 나오는 작품은, 고통이 환희로 승화되는 초월의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한다.

작가가 작년 네오아트센터를 방문했을 때, 필자의 손을 직접 잡고 그 감각을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일화는 그의 예술이 얼마나 진솔한 교감에서 비롯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케가미 예술의 정수는 ‘이노리(祈り)’, 즉 ‘기도’라는 개념에서 완성된다. 그는 “내가 ‘살아있다(生きている)’기보다 더 큰 힘에 의해 ‘살려지고 있다(生かされている)’는 느낌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생명의 힘이 지나가는 통로로 인식하는 순간, 그의 예술 행위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선 신성한 의식이 된다.​

타인의 몸을 만지는 손길은 기도가 되고, 그렇게 탄생한 예술 작품은 그 기도의 기록이 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육체를 탐구하는 일본의 전후 아방가르드 무용 ‘부토(舞踏)’와도 깊은 맥을 같이한다.​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개인전 <Prayer>와 <이바라키 현대 미술전>에서 그는 자신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켰다. 수직의 깃발에 찍어낸 인체의 형상들은 마치 ‘영혼의 숲’을 이루고, 길게 늘어뜨린 두루마리 위에서는 육체의 형상이 영적인 형태로 변성하는 생명의 서사가 펼쳐졌다.​

오는 8월 20일부터 네오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기획초대전을 통해 국내 관객들도 이케가미 케이이치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직접 마주할 기회를 갖는다.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한 예술가가 온몸으로 기록해낸 생명의 가장 내밀한 기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