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kip to main content

네오아트센터 / NEO art center

네오아트센터 로고 및 주요링크

본문 영역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작가 이야기' 컨텐츠

하세가와 이치로 작가/ Grid World 상세 내용

하세가와 이치로 작가/ Grid World
차가운 격자, 인간을 비추는 거울
하세가와 이치로
'그리드 월드'를 걷다

오는 8월 20일, 청주 네오아트센터에서 한일 작가들의 교류전 '그림의 대화'가 막을 올린다. 언어를 넘어 그림으로 소통하는 이 의미 있는 행사의 중심에는, 일본 현대미술가 하세가와 이치로(長谷川一郎, 1978~)의 개인전이 네오아트센터 4층 디데이정스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작가의 작품은 끝없이 반복되는 아파트의 창문과 발코니. 그 압도적인 규모와 비인간적인 질서는 현대 사회의 획일성이나 소외를 이야기하는 듯한 첫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차갑고 정적인 표면 너머를 들여다보면, 작가가 응시하는 것이 건축물이 아닌 바로 ‘인간’ 그 자체임을 알게 된다. 하세가와는 이 격자(Grid) 구조를 인간이라는 종(種)의 활동, 즉 ‘인간 활동’을 가장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삼는다.

그의 철학은 “모티프는 아파트와 같은 집합 주택”이지만, 그것이 실은 “인간의 습성(수평과 연직)에 의한 ‘인간의 둥지’”라는 정의에서 출발한다. 다른 동물들도 집을 짓지만, 유독 인간만이 수평과 수직에 집착하여 거주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법률로 허용 오차가 정해져 있을 만큼, 이 ‘그리드’는 인간 고유의 근원적 습성이자 상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가능한 한 인간의 바깥쪽에” 둔 관찰자로서, 이 거대한 그리드를 통해 종으로서의 인간을 사유한다.

흥미롭게도, 작가 자신이 ‘그리드 월드(Grid World)’라 명명한 이 독창적인 예술 세계는 한국의 풍경 속에서 결정적인 확신을 얻게 된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23년, 청주 쉐마미술관에서 열린 ‘제10회 청주국제현대미술전’에 참여했을 때였다. 당시 그는 자신의 작품이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느껴질지 기대와 불안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청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목격한 풍경은 그 불안을 단숨에 확신으로 바꾸었다. 그는 “오히려 일본보다, 밀집해서 늘어선 고층 아파트 군을 보고 바로 여기도 ‘Grid World’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한다. 그 확신의 장소인 청주에서, 그의 예술적 깨달음을 요약한 ‘Grid World’라는 이름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의 사유가 지닌 지적 깊이는 작가 노트에서 아방가르드 예술가 아라카와 슈사쿠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아라카와는 죽음의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닥을 기울이고 벽을 휘게 만드는 건축을 시도했다. 이는 하세가와가 주목하는 수평·수직 그리드에 대한 정면 공격이었다. 하지만 하세가와는 아라카와의 급진적인 ‘거부’야말로, 역설적으로 그리드가 규범적 인간의 삶에 얼마나 근원적인지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본다. 아라카와가 벗어나고자 극단적으로 노력했던 바로 그 습관이야말로,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본질임을 그는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다.

결국 하세가와 이치로는 현대 도시의 가장 흔하고 익숙한 풍경을 우리 시대의 가장 깊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바꾸어 놓았다. 그가 ‘그림의 대화’라는 전시 주제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작가인 이유다. 그가 던지는 질문의 답은 오는 20일부터 네오아트센터와 4층 디데이정스 갤러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우리를 둘러싼 가장 평범한 외벽을 보편적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게 하는 명상의 창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