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무게를 새기다
따뜻한 위로에서 거침없는 도발로
우리 삶에서 나무가 주는 위로는 특유의 따뜻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한 특성을 보이며, 무엇보다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시간의 무게만큼 인간 삶의 깊은 결을 품고 있다.
최근 방문한 여원(余源) 최재영 작가의 작업실은 이러한 나무의 본질과 꼭 닮아 있었다. 자연 속에 고즈넉이 자리한 작업실 뒤편의 작은 동산은 찾아오는 이에게 조용한 평안을 선물하고, 공간 한편에 설치된 따뜻한 화목난로에서 번지는 나무 타는 냄새는 정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과거 그의 개인전에서 마주했던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거칠게 깎여나간 붉은 사선의 배경 위로 굳건하게 선 기둥, 그리고 그 아래 앙증맞게 피어난 꽃 한 송이. 나무가 품은 시간의 무게가 누군가의 가장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를 건네는 치유의 조형 언어로 발현된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던 그 따뜻한 서사가 이제 전통의 안락한 틀을 과감히 부수고, 현대미술의 날카롭고 거침없는 시각 언어로 진화했다.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폐교된 모교에서 우연히 마주한 자신의 옛 고무 판화에서 "충격 같은 뜨거움"을 느끼며 예술의 길로 뛰어들었다. 밤낮없이 칼을 쥐었던 그의 치열한 궤적은,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Materiality)을 극대화하는 그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이번 기획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가 서각(書刻)이라는 장르의 기능적 숙명을 동시대 미술의 문법으로 어떻게 재해석해 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원초적 질감과 팝(Pop)적인 색채의 대비로 역동성을 끌어낸 '물성의 해방', 획일화된 순환의 궤도를 이탈하는 도발적인 '기호의 재배치', 단일 매체로 도자기의 질감을 완벽히 구현한 다원주의적 '매체의 환영(Trompe-l'œil)'을 통해, 이 출품작들은 전통 서각을 경계 없는 현대미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최재영의 예술은 '글과 그림을 새긴다'는 공예의 영역을 넘어, 깎아낸 공간과 남겨진 형태가 부딪히며 파생되는 철학적 긴장감을 다루는 조형 예술로 나아갔다. 청주 네오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기획 초대전은 전통 서각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진화하는지 가늠할 묵직한 시금석이다. 따뜻한 화목난로 곁에서 오랜 시간의 무게를 품은 나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가장 치열하고 파괴적인 언어로 벼려졌는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따뜻한 위로에서 거침없는 도발로
우리 삶에서 나무가 주는 위로는 특유의 따뜻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한 특성을 보이며, 무엇보다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시간의 무게만큼 인간 삶의 깊은 결을 품고 있다.
최근 방문한 여원(余源) 최재영 작가의 작업실은 이러한 나무의 본질과 꼭 닮아 있었다. 자연 속에 고즈넉이 자리한 작업실 뒤편의 작은 동산은 찾아오는 이에게 조용한 평안을 선물하고, 공간 한편에 설치된 따뜻한 화목난로에서 번지는 나무 타는 냄새는 정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과거 그의 개인전에서 마주했던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거칠게 깎여나간 붉은 사선의 배경 위로 굳건하게 선 기둥, 그리고 그 아래 앙증맞게 피어난 꽃 한 송이. 나무가 품은 시간의 무게가 누군가의 가장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를 건네는 치유의 조형 언어로 발현된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던 그 따뜻한 서사가 이제 전통의 안락한 틀을 과감히 부수고, 현대미술의 날카롭고 거침없는 시각 언어로 진화했다.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폐교된 모교에서 우연히 마주한 자신의 옛 고무 판화에서 "충격 같은 뜨거움"을 느끼며 예술의 길로 뛰어들었다. 밤낮없이 칼을 쥐었던 그의 치열한 궤적은, 나무라는 재료의 물성(Materiality)을 극대화하는 그만의 독창적인 작업 방식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이번 기획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가 서각(書刻)이라는 장르의 기능적 숙명을 동시대 미술의 문법으로 어떻게 재해석해 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원초적 질감과 팝(Pop)적인 색채의 대비로 역동성을 끌어낸 '물성의 해방', 획일화된 순환의 궤도를 이탈하는 도발적인 '기호의 재배치', 단일 매체로 도자기의 질감을 완벽히 구현한 다원주의적 '매체의 환영(Trompe-l'œil)'을 통해, 이 출품작들은 전통 서각을 경계 없는 현대미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최재영의 예술은 '글과 그림을 새긴다'는 공예의 영역을 넘어, 깎아낸 공간과 남겨진 형태가 부딪히며 파생되는 철학적 긴장감을 다루는 조형 예술로 나아갔다. 청주 네오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기획 초대전은 전통 서각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진화하는지 가늠할 묵직한 시금석이다. 따뜻한 화목난로 곁에서 오랜 시간의 무게를 품은 나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가장 치열하고 파괴적인 언어로 벼려졌는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한다./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