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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덜어냄의 미학
About

단색화를 주도하신 정창섭, 윤형근 화백은 나의 사범학교 선배님이시다. 20년이 넘도록 두 선배님의 작품 심부름을 했었다.
하루는 말씀이 없으시기로 유명한 윤형근 선배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봐! 장교수, 그림은 말여 소설이 아녀”
“가슴에 응어리 된 것을 토해내는 시(詩)와 같은 거여.”
“혼(魂)이 있어야 하는 거여”

나는 한동안 소설 같은 그림을 그렸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삶이 복잡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951년 1월 4일 황해도 연백에서 눈더미에 떠밀려 청주까지 피난 내려와 고된 피난민 생활을 하면서 청주 교동초등학교, 청주사범병설중학교, 청주사범학교 본과를 거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수많은 역경과 시간을 그림 위에 고스란히 표현했으니 내 그림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윤형근 선배님의 말씀처럼 시(詩)와 같은 그림을 그려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아마도 2000년도 쯤인 것 같다. 고향의 드넓은 평야를 생각하며 녹색을 선택했고, 그동안의 희로애락을 화면에 담고 그것을 녹색으로 덮어버리는 작업을 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화면 위로 쏟아냈다.

매번 전시를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진짜로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이 짠하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고향에 가보는 희망을 품고 작업하면서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해라!” 하며 큰소리치면서 붓을 든다.

2026. 6
장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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