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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근원으로 돌아가다
Artist' note

조영동 화백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과 철학을 현재 인류가 직면한 전쟁, 기후위기, 문명적 변화와 연결하여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Return to the Origin.

About

충북 음성 생극면의 낡은 농기구 창고, 그리고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박스 속 칠흑 같은 어둠. 자칫 영영 스러질 뻔했던 거장의 숨결이 기적처럼 세상의 빛을 마주했다. 파손의 위기속 이 작품들은 한 예술가가 온몸으로 지켜낸 삶의 ‘진실’ 그 자체다. 수암골 네오아트센터 3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조영동 화백(1933~2022)의 기획 초대전 “근원으로 돌아가다(Return to the Origin)”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회화들과 긴 잠에서 깨어난 생생한 드로잉들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로 준비되었다.

한국 추상미술에 독자적인 발자취를 남긴 조영동 화백의 삶은 형언하기 힘든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육체적 병마를 견뎌야 했고,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 앞에 무너지지 않았다. "예술은 치유이고 희망이고 생명이며 인간 존재 이유"라는 생전의 고백처럼, 삶의 시련과 상실의 고통을 캔버스 위 거칠게 긁히고 뭉개진 두터운 마티에르로 묵묵히 승화시켰다.

그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는 삶의 굴곡을 따라 더욱 깊어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단연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대작들은 화백이 온몸으로 겪어낸 치유의 여정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다.

작가의 '공상(空-想)' 시리즈 중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화면 전체를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강렬한 붉은색 위로 날카로운 검은 선들이 맹렬하게 얽혀 있는 수직의 대작이다. 뇌졸중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향한 애틋함과 내면의 상처를 캔버스 위 거칠게 긁어낸 붓질로 처절하게 토해냈다.

또한 생명을 품은 대지를 표현한 '토양(土壤)' 시리즈는 메마른 대지가 갈라진 듯한 유기적 형태 위로 깊고 붉은 진달래꽃 형상의 모티프들이 거대한 타원을 그리며 순환하는 두 폭의 캔버스다. 가족사의 짙은 슬픔은 아내가 그렸던 진달래꽃으로 치환되어, 고통마저 넉넉히 품어 안는 대지의 무한한 생명력으로 부활했다.

이러한 대작들이 뿜어내는 숭고한 에너지는 전시장을 채우는 또 다른 특별한 서사와 만나 완벽한 치유의 공간을 완성한다.
생전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나를 그린다"고 고백했던 작가. 낡은 창고를 벗어나 전시장 조명 아래로 돌아온 그의 '영혼의 토양'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감동의 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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