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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ect 6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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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ect 6

이 풍경은 객관적 풍경도, 주관적 풍경도 아닌 ‘정동의 풍경’이다. 정동(情動, affect)은 접촉해서 흔적을 남긴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아펙투스(affectus)’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다시 말해서, ‘정동’은 정서나 감정의 차원을 넘어 몸과 몸을 관통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효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의 강렬함을 내포한다. 최근 많은 이론가들이 ‘정동적 전회(affective turn)’라 칭할 만큼 이 정동 개념에 대해 제각각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정동은 우리의 ‘의식화된 앎’과는 전혀 다른, 우리가 알 수 없는 ‘힘들’이라는 것이다. 정동은 영향을 주고받는 힘들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소영란이 자연에서 생동하고 약동하는 생명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녀의 몸과 자연세계 사이에서 발생되는 정동은 관념이나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작가가 캔버스에 자연과의 마주침을 그리려 할 때, 그녀의 손과 붓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이 정동이다. 그리고 정동은 힘들이나 강도들(intensities)의 이행이기 때문에, 감각적이고 집합적인 강렬한 흐름으로 표현된다. 소영란의 풍경에 휘몰아치는 선과 색의 스트로크가 반복되고, 역동적인 색면과 다양한 층들이 중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렇게 (정확히 알 수 없어) 추상적이고 잠재적이었던 정동이 캔버스 위에서 작가의 손짓을 매개로 강렬한 파동으로 현실화된다.

소영란이 인체 크로키 작업을 계속 해 온 것도 의식에서부터 벗어나 정동이 작동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 작가는 이것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그리기 위해, ‘직관을 그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 인체 크로키에서 훈련된 선긋기의 속도, 색 선택의 자발성이 자연을 그릴 때도 반영되게끔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익숙한 선, 인지된 색, 체득화된 형태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녀는 크로키도, 회화도 잠시 멈춘다고 했다. 소영란은 철저하게 자신의 앎과 습관의 틀에서 벗어나 선과 색이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칸트식으로 이야기하면 무목적성의 그림이고, 들뢰즈(Gilles Deleuze)의 용어를 빌리자면 비인격적 풍경이다. 선과 색이 형상 구성의 목적과 인간 사유의 틀을 떠나 자유롭게 이동하며 서로 결합하고 다양한 조합들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