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업은 집 주변의 덤불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인적이 드문 숲속은 두려워서 도시의 정원을 맴돌았다.
숲이 불안한 장소라면 정원은 사람과 어우러져 안도감을 주었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도시화로 인해 주거의 공간은 자연과 분리되었고,
집주변에 가꾸어진 정원이 자연을 대신한다.
현대인들은 위안을 받기 위해 자연을 닮은 정원을 조성한다.
그것도 용도가 다하면 언젠가 폐기되고 새로 조성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새겨진 그 집과 정원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기억에 각인되어 도시의 장소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종이꽃을 덤불에 설치하여 자연을 재구성하였다.
과거의 시공간이 겹쳐진 현재를 이미지로 고정시키고
변화하며 지속되는 일상의 연속성과 마주한다.
종이꽃을 접어 자연에 설치하는 과정은 잠재된 기억을 불러냈다.
어느 날 장미정원을 만들고 촬영하기 좋은 빛을 기다렸다.
문득 열 살 무렵의 꽃밭과 한여름 햇볕을 가려주던 아버지의 수세미 넝쿨이 떠올랐다.
그 집을 떠나고 기억에서 꽃밭은 잊혀졌다.
그 후 긴 시간 화려한 봄꽃을 마주할 수 없었다.
종이를 접어 덤불에 설치하며, 기억을 소환하고 지속적인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진으로 그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비바람에도 꽃을 피워내는 삶의 정원이다.
정원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상상 속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