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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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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작가/ 멈춘 시간 속에 흐르는 빛 상세 내용

이인숙작가/ 멈춘 시간 속에 흐르는 빛
이인숙의 정물에서 삶을 읽다, '시간에 머무는 시선'

고요한 캔버스 위에 놓인 유리잔, 화병, 꽃, 그리고 목화. 평범한 사물들은 이인숙 작가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어 말을 걸어온다.

"저는 빛의 희락을 추구합니다. 오묘한 빛을 제 안에 체화시켜, 손을 통해 새로운 빛으로 창조해 내는 기쁨을 기대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이인숙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유리의 투명함을 꿰뚫고, 꽃잎의 결을 어루만지며, 그림자 속에 숨은 이야기를 드러내는 마법의 도구다. 미국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동안 빛의 다양한 속성을 탐구해온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평론가들은 이인숙의 정물을 "멈춰있지만 흐르는 물건"이라고 평한다. 이 말처럼, 이인숙의 작품은 정적이지만, 그 안에 작가의 감성적 따뜻함과 생명력을 담고 있다.
작가는 결혼 후 오랜 시간 동안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다. 16년 전 다시 작품을 시작했고 그동안 작가 내면의 축적된 에너지는 캔버스 위에서 더욱 깊고 풍부한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라는 소재다. 작가는 투명, 반투명, 불투명 등 다양한 유리 질감을 극도로 섬세하게 묘사하여,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유리 오브제' 연작에서는 빛의 굴절과 반사를 통해 유리 특유의 차가움과 세련됨을 극대화하며, '유리컵과 솔방울'에서는 미니멀리즘적인 접근 방식으로 유리 질감에 대한 탐구를 심화시킨다.

"유리라는 매체에 빠져 있는 것은 빛이 유리라는 물성을 프리즘처럼 통과하면 무지갯빛 환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설명처럼, 그의 작품 속 유리는 단순한 사물을 넘어, 빛의 향연을 펼치는 무대이자, 삶의 다채로운 면모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의 정물은 익숙한 사물을 통해 삶의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목화' 연작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따뜻한 주제를 담아내며, 짙은 푸른색 화병과 흰 목화의 대비를 통해 강렬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필자에게 전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물었다. 필자는 목화가 꽂혀 있는 푸른 화병을 선택하였다. 거울에 비친 화병의 뒷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면에 숨겨진 진실, 혹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작가는 "제 작품을 보며 많은 생각하지 않고 편안해지는 마음, 평온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작가의 바람처럼, 그의 작품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인숙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정물화의 구도와 구성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안정적인 구도 속에서 비스듬히 놓인 오브제, 과감한 클로즈업, 여백의 활용 등은 작품에 리듬감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색채 사용에 있어서도 절제와 화려함을 오가며,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이번 전시는 이인숙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 분위기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예술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기교나 현란한 수사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이인숙의 정물은 멈춘 시간 속에 흐르는 빛을 따라, 우리도 잠시 잊고 지냈던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