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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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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희 작가/ 캔버스에 응결된 침묵의 서사(敍事) 상세 내용

유중희 작가/ 캔버스에 응결된 침묵의 서사(敍事)
캔버스에 응결된 침묵의 서사(敍事)
화가 유중희의 '돌'과 '지문'
오는 14일 수요일 오후 4시 오픈

"돌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우주의 역사가 응결되어 있다."

돌은 유중희 작가의 캔버스에서 단순한 정물을 넘어선다. 그것은 시간의 화석이자, 내면의 거울이며,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철학적 매개체이다. 갤러리 청주에서의 전시 오프닝에서 시작된 인연은 용인과 순천을 오가는 부부 예술가의 작업실 방문으로 이어졌고, 그곳에서 나는 그가 캔버스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순한 '그리기'가 아닌, 일종의 '수행(修行)'임을 직감했다.

네오아트센터의 2026년 첫 기획전 중, 제3관에서 열리는 유중희 작가의 초대전 주제는 “응결(凝結) 된 시간”이다. 이 주제는 작가가 캔버스 위에 수십 겹의 젯소를 칠하고 말리는 지난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그는 흑연으로 돌의 결을 따라 긁고, 닦고, 다시 쌓아 올리며 보이지 않는 시간의 숨결을 찾아낸다. 작가 노트에 적힌 것처럼, 이는 "단순한 표면의 준비가 아니라 시간을 켜켜이 응결시키는 과정"이다.

그의 돌은 낯설다.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표면은 현미경으로 본 듯 섬세하지만, 동시에 뭉개지고 녹아내리며 현실의 경계를 이탈한다. 돌 표면에 나타나는 상처와 주름, 굴곡은 자연이 견뎌온 풍파이자 작가 자신의 삶의 궤적이다. "느닷없이 뭉개지거나 녹아내리"는 돌의 변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섭리, 즉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는 돌을 통해 묵직하게 묻는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

이번 3관 전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문(Fingerprint)' 시리즈다. 돌이 태고의 시간을 품은 거시적 우주라면, 지문은 지금 이 순간 세계와 접촉하는 미시적 신체의 기록이다. 작가는 지문을 "주체가 형성되기 이전의 몸이 세계와 접촉하며 발생시킨 형상"이자 "촉각의 기억"이라 정의한다. 화면을 채운 지문의 반복적인 패턴은 동일성의 재현이 아니다. 미세한 조건의 어긋남 속에서 형성되는 그 '차이'야말로, 존재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의 동사임을 증명한다.

유중희의 캔버스 위에서 돌(자연)과 지문(인간)은 서로 다른 층위의 시간을 품고 있지만, 결국 3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응결된 시간'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수렴된다.

2026년 새해, 네오아트센터는 이 깊은 침묵의 웅변과 함께 문을 연다. 이번 신년 기획전은 유중희 작가의 무게감 있는 회화 세계를 필두로,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목격하는 자리다.

제3관이 유중희 작가의 '응결된 시간'으로 채워진다면, 제4관은 그의 아내이자 동료인 유영미 작가의 공간이다. 부부로서, 또 동료로서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두 사람은, 돌과 물고기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관계'와 '소통', 그리고 '내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견고한 돌의 시간(3관)과 유연한 생명의 유영(4관)이 나란히 배치되어 빚어내는 조화는 이번 전시의 백미다.

유중희의 캔버스 앞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마음으로 돌의 내밀한 세계를 더듬어야 한다. 그곳에는 작가가 땀으로 쌓아 올린 시간의 지층이 있고, 세계와 맞닿은 우리 자신의 지문이 찍혀 있다. 돌의 침묵과 지문의 온기, 그리고 금속의 리듬이 어우러진 네오아트센터에서 2026년 새해의 첫 감동과 사색의 시간을 만나 볼 수 있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