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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미 작가/ 어항 속 금룡(金龍) 상세 내용

유영미 작가/ 어항 속 금룡(金龍)
어항 속 금룡(金龍)
경계 위에 새긴 부유(浮遊)의 흔적
네오아트센터 유영미 초대전
오는 14일 오픈

필자는 15년 넘게 열대어인 구피를 개량하고 품평회에 출품하기 위해 30여 개의 어항과 씨름했던 지난날, 물고기는 유리벽 너머에서 나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어오는 존재였다. 물속 세상의 고요한 치열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난 2023년 ‘갤러리 청주’에서 처음 마주한 유영미 작가의 작품은 강렬한 인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차가운 금속성 망(網)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기어이 빛을 뿜어내던 그 물고기들의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오는 14일, 청주 네오아트센터 4관에서 열리는 유영미 작가의 초대전 '경계 위에 새긴 부유(浮遊)의 흔적'은 그 강렬했던 첫 만남의 깊이를 확인하는 자리다. 작가의 작품 속 주 소재인 ‘아로와나’는 공룡 시대부터 현존하는 고대 어종의 대표 격이다. 특히 황금빛 비늘을 번득이는 녀석들은 중국에서 ‘금룡(金龍)’이라 불리며,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신성한 영물로 추앙받는다.

작년 3월 전시를 앞두고 찾은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유영미의 아로와나는 세속적 욕망의 상징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작가는 캔버스 대신 공업용 여과 필터로 쓰이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철망을 선택했다. 그 위에 아크릴과 석채, 금분과 숯가루를 입히고, 다시 날카로운 끌칼로 긁어내는 지난한 수행(修行)을 반복한다. 작업실 가득 울려 퍼졌을 그 금속성의 마찰음은 소통을 갈망하면서도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현대인의 방어기제이자 절규였으리라. 작가는 화려한 비늘 뒤에 숨겨진 이 현대인의 고독을 ‘심리적 자폐성’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단순히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진단에 머물렀다면, 나는 이토록 오래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2025년을 기점으로 유영미의 예술은 놀라운 존재론적 전환을 맞이했다. 그는 그토록 견고하던 철망과 끌칼을 잠시 내려놓고, 일상의 폐기물인 종이 박스와 포장지, 그리고 투박한 나무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세련된 붓 대신 선택한 나무젓가락의 거친 선은 기교를 덜어내고 오직 ‘일획(一劃)’의 본질에 집중하게 합니다.”

작가의 고백처럼, 찢기고 번진 그 흔적들은 세공된 보석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생명력이다. 화선지를 보호하던 껍데기에 불과했던 종이 박스는 작가의 손끝에서 현대인의 소모적 일상을 증언하는 ‘살(Chair)’이 된다. 이는 철망이라는 ‘타의적 감옥’을 뚫고 나온 물고기의 거친 숨소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가 ‘고립’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예순을 맞이한 작가는 이제 고립을 단절이 아닌, 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고립(Voluntary Isolation)’으로 재정의한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 작가에게 어항은 이제 감옥이 아니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을 준비하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2026년 신작 '경계의 기표'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파스텔톤의 몽환적 확장은 이 치유와 희망의 궤적을 선명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평생의 예술적 동반자인 유중희 작가와의 동시 초대전이라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유중희 작가는 네오아트센터 3관에서, 유영미 작가는 4관에서 각각 독립된 초대전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서로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존중하는 부부이자 동료 작가로 남편인 유중희의 ‘돌’이 침묵과 영겁의 시간을 지탱하는 동안, 바로 옆관에서 유영미의 ‘물고기’는 찰나의 욕망과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영미는 말한다. 훗날 자신의 작품 앞에서 작가와 관객의 영혼이 아무런 장벽 없이 만나는 ‘푼크툼(Punctum)’의 순간을 꿈꾼다고. 나는 확신한다. 네오아트센터 4관, 그 차가운 철망과 투박한 종이 박스 앞에서 당신은 금빛 아로와나 속에 감춰둔 당신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자발적 고립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푼크툼이란?"
수많은 작품 중에서 오직 그 작품만이 내 영혼을 뚫고 들어와 박히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