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단한 쇠로 빚은 가장 부드러운 '리본'의 위로"
네오아트센터에서 신년 기획 '봄'이 되다
오는 14일 오픈
예술은 종종 물성(物性)을 배반하는 지점에서 감동을 잉태한다. 오는 1월 14일, 네오아트센터 2관에서 막을 올리는 조각가 배승수의 신년 기획 초대전은 그 배반의 미학이 정점에 달한 순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하늘거리는 리본과 금방이라도 향기가 날 듯한 꽃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관람객이 그 유려한 주름에 현혹되어 손을 뻗는 순간, 손끝에 닿는 것은 차갑고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다.
이 극적인 반전은 기계가 아닌, 작가가 온몸으로 감내한 수만 번의 망치질과 용접, 그리고 연마라는 고된 노동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전시가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경이로움'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한 청년 작가의 치열한 성장통, 그리고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2021년 11월, 청주 숲속갤러리에서 열린 배승수의 개인전을 기억한다. 당시 갓 대학원을 졸업한 청년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작품을 "이유 없는 고철"이라 자책하며, 내용을 채우기보다는 '포장'이라는 껍데기에 천착했었다. 당시 전시된 'Unknown' 시리즈는 리본을 예쁘게 묶어두었지만, 그 안은 텅 비워둔 '침묵의 형상'이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그해 겨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던 갤러리를 우연히 방문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화려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은빛 매듭 작품 한 점을 마주했고,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이 사무실에 설치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매일 접하는 작품 속 리본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작가가 언젠가 터트릴 작가의 뜨거운 열정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2026년 새해, 네오아트센터는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신작 'Piona : into bloom' 시리즈에서 작가는 마침내 그 단단한 매듭을 풀었다. "더 이상 형태를 비워두지 않는다"는 그의 선언처럼, 구겨진 포장의 틈새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올랐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캔버스 위에는 골드, 핑크, 블루의 생명력이 넘실댄다. 2021년 우리가 소장했던 그 '매듭'이 긴 겨울을 지나 비로소 화려한 '꽃'으로 만개한 것이다.
작가는 "리본은 생각을 정리하고 흩어진 것을 모으는 장치"라고 말한다. 그의 조각은 혼란스러웠던 청춘의 파편들을 모아 단단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2021년의 'Unknown'은 2026년의 'Piona'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강철을 두드려 꽃을 피우는 이 젊은 조각가의 땀방울은, 보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내면에도 아직 풀지 못한,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피어날 단단한 꽃씨가 들어있지 않으냐고."
차가운 겨울의 한복판, 네오아트센터에서 배승수가 피워낸 '강철의 봄'을 마주하길 권한다. 그곳에 작가의 땀방울, 그리고 5년 전 작가의 열정이 빚어낸 가장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위로가 기다리고 있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네오아트센터에서 신년 기획 '봄'이 되다
오는 14일 오픈
예술은 종종 물성(物性)을 배반하는 지점에서 감동을 잉태한다. 오는 1월 14일, 네오아트센터 2관에서 막을 올리는 조각가 배승수의 신년 기획 초대전은 그 배반의 미학이 정점에 달한 순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하늘거리는 리본과 금방이라도 향기가 날 듯한 꽃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관람객이 그 유려한 주름에 현혹되어 손을 뻗는 순간, 손끝에 닿는 것은 차갑고 단단한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다.
이 극적인 반전은 기계가 아닌, 작가가 온몸으로 감내한 수만 번의 망치질과 용접, 그리고 연마라는 고된 노동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전시가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경이로움'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한 청년 작가의 치열한 성장통, 그리고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2021년 11월, 청주 숲속갤러리에서 열린 배승수의 개인전을 기억한다. 당시 갓 대학원을 졸업한 청년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작품을 "이유 없는 고철"이라 자책하며, 내용을 채우기보다는 '포장'이라는 껍데기에 천착했었다. 당시 전시된 'Unknown' 시리즈는 리본을 예쁘게 묶어두었지만, 그 안은 텅 비워둔 '침묵의 형상'이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그해 겨울,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던 갤러리를 우연히 방문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화려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은빛 매듭 작품 한 점을 마주했고,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이 사무실에 설치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매일 접하는 작품 속 리본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작가가 언젠가 터트릴 작가의 뜨거운 열정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2026년 새해, 네오아트센터는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신작 'Piona : into bloom' 시리즈에서 작가는 마침내 그 단단한 매듭을 풀었다. "더 이상 형태를 비워두지 않는다"는 그의 선언처럼, 구겨진 포장의 틈새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올랐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캔버스 위에는 골드, 핑크, 블루의 생명력이 넘실댄다. 2021년 우리가 소장했던 그 '매듭'이 긴 겨울을 지나 비로소 화려한 '꽃'으로 만개한 것이다.
작가는 "리본은 생각을 정리하고 흩어진 것을 모으는 장치"라고 말한다. 그의 조각은 혼란스러웠던 청춘의 파편들을 모아 단단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2021년의 'Unknown'은 2026년의 'Piona'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강철을 두드려 꽃을 피우는 이 젊은 조각가의 땀방울은, 보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내면에도 아직 풀지 못한,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피어날 단단한 꽃씨가 들어있지 않으냐고."
차가운 겨울의 한복판, 네오아트센터에서 배승수가 피워낸 '강철의 봄'을 마주하길 권한다. 그곳에 작가의 땀방울, 그리고 5년 전 작가의 열정이 빚어낸 가장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위로가 기다리고 있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