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송을 기리며
2024년 늦여름, 청주시립 오창 호수도서관 전시장. 그곳에서 고(故) 진익송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무수히 쌓여 멈춰있는 시계들과 굳게 닫힌, 혹은 반쯤 열려있는 문들 사이를 거닐며 작품이 뿜어내는 무언의 에너지에 깊이 압도당했다.
수많은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우리네 인생의 궤적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던 그날의 울림. 그 깊은 감동을 가슴 한편에 품고 지내다, 마침내 이곳 네오아트센터 4관에서 작가의 예술혼을 온전히 조명하는 초대전을 열게 되었다. 개막을 앞두고 전시장에 작품들을 하나둘 제자리에 설치하며, 나는 다시 한번 작가가 남긴 예술의 가치와 작품이 담고 있는 삶의 흔적들을 일부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진익송 작가는 평면이라는 한계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매체를 전복시킨 진정한 아방가르드였다. 이번 전시에서 유독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거친 화판을 직접 뚫어 물리적인 ‘구멍’을 만들고 액자 앞뒤를 유리로 마감하여 단절된 양면이 서로 소통하는 투명한 ‘통로’를 개척한 작품들이었다.
판화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복제된 평면 이미지 위에 차갑고 날카로운 실제 쇠못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판화의 2차원적 한계를 단숨에 부수고 유일무이한 입체 부조로 승화시켰다. 폭력적인 시대와 문명의 상처를 은유하듯 나무 형상 위에 꽂혀 있는 그 못 들은, 꽉 막힌 현실의 벽을 부수고자 했던 작가의 날 선 의지 그 자체다.
그의 대표작인 시계 시리즈 ‘Timeless Door’ 앞에 서면, 거대한 시간의 해일이 밀려오는 듯한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 롤렉스, 구찌 등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는 명품 시계의 파편들은 모두 제각각의 시간을 가리킨 채 박제되어 있다. 이는 영원함을 소유하려는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예리하게 꼬집는 동시에, 덧없이 흘러가는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본질(문)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살균기(STERILIZER)’라는 낡은 나무 상자 안에 연약한 아기 인형과 녹슨 열쇠들을 가둬둔 아상블라주(Assemblage) 오브제들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불안을 초현실적인 언어로 건네며 우리를 깊은 사유의 늪으로 이끈다.
이번 초대전이 열리는 네오아트센터 4관은 그 자체로 진익송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는 하나의 캔버스가 되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절제된 여백이 완벽한 리듬감을 이룬 이 공간에서 작가의 오브제들은 마침내 가장 온전하게 호흡하고 있다.
작가의 육신은 자연의 순리대로 시간을 멈추었으나, 그가 캔버스 위에 남긴 시계 부품들과 그의 숭고한 예술 세계는 이곳 전시장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지 멈춰진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다. 내일, 이 공간으로 걸어 들어올 관람객들이 진익송이라는 작가의 깊은 예술성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
2024년 늦여름, 청주시립 오창 호수도서관 전시장. 그곳에서 고(故) 진익송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무수히 쌓여 멈춰있는 시계들과 굳게 닫힌, 혹은 반쯤 열려있는 문들 사이를 거닐며 작품이 뿜어내는 무언의 에너지에 깊이 압도당했다.
수많은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우리네 인생의 궤적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던 그날의 울림. 그 깊은 감동을 가슴 한편에 품고 지내다, 마침내 이곳 네오아트센터 4관에서 작가의 예술혼을 온전히 조명하는 초대전을 열게 되었다. 개막을 앞두고 전시장에 작품들을 하나둘 제자리에 설치하며, 나는 다시 한번 작가가 남긴 예술의 가치와 작품이 담고 있는 삶의 흔적들을 일부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진익송 작가는 평면이라는 한계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매체를 전복시킨 진정한 아방가르드였다. 이번 전시에서 유독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거친 화판을 직접 뚫어 물리적인 ‘구멍’을 만들고 액자 앞뒤를 유리로 마감하여 단절된 양면이 서로 소통하는 투명한 ‘통로’를 개척한 작품들이었다.
판화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복제된 평면 이미지 위에 차갑고 날카로운 실제 쇠못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판화의 2차원적 한계를 단숨에 부수고 유일무이한 입체 부조로 승화시켰다. 폭력적인 시대와 문명의 상처를 은유하듯 나무 형상 위에 꽂혀 있는 그 못 들은, 꽉 막힌 현실의 벽을 부수고자 했던 작가의 날 선 의지 그 자체다.
그의 대표작인 시계 시리즈 ‘Timeless Door’ 앞에 서면, 거대한 시간의 해일이 밀려오는 듯한 숭고미를 느끼게 된다. 롤렉스, 구찌 등 세속적 욕망을 상징하는 명품 시계의 파편들은 모두 제각각의 시간을 가리킨 채 박제되어 있다. 이는 영원함을 소유하려는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예리하게 꼬집는 동시에, 덧없이 흘러가는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본질(문)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살균기(STERILIZER)’라는 낡은 나무 상자 안에 연약한 아기 인형과 녹슨 열쇠들을 가둬둔 아상블라주(Assemblage) 오브제들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불안을 초현실적인 언어로 건네며 우리를 깊은 사유의 늪으로 이끈다.
이번 초대전이 열리는 네오아트센터 4관은 그 자체로 진익송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는 하나의 캔버스가 되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절제된 여백이 완벽한 리듬감을 이룬 이 공간에서 작가의 오브제들은 마침내 가장 온전하게 호흡하고 있다.
작가의 육신은 자연의 순리대로 시간을 멈추었으나, 그가 캔버스 위에 남긴 시계 부품들과 그의 숭고한 예술 세계는 이곳 전시장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지 멈춰진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다. 내일, 이 공간으로 걸어 들어올 관람객들이 진익송이라는 작가의 깊은 예술성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네오아트센터 박정식 대표